전 회사를 두 달 다니고 퇴사한지 6주가 되었다. 참는 건 능사가 아니고, 무엇에든 배울점이 있다.
정규직 전환을 하지 않았다.
내가 이용하던 서비스여서 더욱 만들고 싶은 제품이었는데 막상 입사를 하니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많이 달랐다.
동시에 코드스테이츠에 정말 좋은 사람들이 많았구나 라는 것을 느꼈다. (코드스테이츠 동료들을 만나보면 다들 같은 이야기를 한다.)
불과 한달도 되지 않아 매니저와의 커뮤니케이션에 기대가 사라졌다.
언제부턴가 아침마다 혼잣말로 욕을했다.
어느날 피드백을 준다며 슬랙 허들을 초대했다.
여기선 일을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날 원티드에 들어가서 이력서를 돌렸다.
수습기간이 끝나기 며칠 전 대표님과 전환인터뷰를 하며 난 여기서 성장하지 못할것 같다고 말했다. 그동안의 생각들을 일부 말씀드려봤지만 역시나 답은 정해져있었다. 대표님의 답도 정해져 있었고 나의 답도 정해져 있었다. 난 내 생각을 바꿀 마음도, 이유도 없었고 참는게 나에게 어떤 도움도 되지 않는 인생낭비라는 것이 확실했다. 결렬이었지만 하루만 고민해보겠다고 했다.
다음날 전환을 하지 않겠다고 말했고 다음날이 마지막 출근이었다.
처음엔 계속 다니겠다고 하고 환승이직을 하려 했다.
대표님과 이야기를 하다보니 답답하지만 그래도 뒤통수는 치고 싶지 않아서, 그리고 마지막이라도 웃으며 나가고 싶어서 그냥 퇴사하겠다고 했다.
이렇게 될 줄도 모르고 이 회사에 오기 위해 처우협의 직전에 입사를 포기했던 다른 회사가 있었다. 그때 내 면접관이셨던 본부장님께 장문의 문자를 보냈었다. 부끄럽고 말고 할 것도 없었다. 어디든 가야했다.
입사하지 않겠다는 소식을 전할때 전화가 아닌 문자만 띡 보냈던게 너무 후회됐다.
문자를 보낸게 3일전인데 본부장님은 아직도 답이 없었다. 하긴 어이가 없을거다.
6개월의 백수생활을 끝낸지 두달만에 또 다시 백수가 되었다.
미칠듯한 불안함이 찾아왔지만 후회는 하지 않았다.
어딜가도 거기보단 나을거라 생각하고 결정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취업 못 할 정도로 부족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 와중에 본부장님이 답장을 주셨다. 휴가여서 못봤다고, 한번 이야기를 해보자고 답을 주셨다.
퇴사한 날, 집에 들려서 적당히 깔끔히 갈아입고 서초역으로 갔다. 예전에 면접보러 왔을때는 1월이었는데 벌써 여름이 오고 있었다.
근처 카페에서 10분정도 이야기를 했나, 같이 일하게 될 수도 있는 사람들이랑 이야기좀 해보시겠어요? 물어보시길래 알겠다고 했다.
몇 분 후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와 커피타임을 빙자한 기술면접을 했다. 6개월의 백수생활덕분인지 준비하지 않았지만 말이 술술나왔다.
기술질문이 다 끝난후엔 계속 나의 성향에 대해 물어봤다.
동료때문에 퇴사한(도망친) 사람은 '내가 또라이가 아니다' 라는걸 증명해야한다.
하고싶은말이 한보따리였지만, 필요한 말만 해야했다.
당시 질문자: 동료와의 트러블때문에 나오셨는데 그럼 준열님은 어떤 동료를 선호하시나요?
나: 음... ....... 그냥 평범한 사람이 가장 좋은 것 같아요.
미친놈인가 뭐 이따구로 답변을 하나 싶었다.
사람들 얼굴을 한번씩 흝어봤는데 다들 '뭐지..?' 하는 표정이었다.
집에 오니 원티드 알람이 떴다. 며칠 전 봤던 면접에 통과하지 못했다는 알람이었다.
하긴 동료때문에 나온 사람을 누가 뽑겠나
다음 2주까지 면접이 잡혀있었지만 자꾸 부정적인 생각만 들었다.
잠이 오지 않는 밤이 1주일 지났을까 본부장님께 전화가 왔다.
불합일까? 합격일까?
전화너머로 본부장님이 입사 날짜 알려달라고 하셨다. 다행이었다.
하늘이 한 번 도와주신 것 같다.(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한다.)
그리고 한달이 지난 오늘 다시 생각해보니 나오길 정말 잘했다.
전 회사에서의 경험도 (타산지석 삼기에) 좋은 경험이지만,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의 한달이 전 회사에서의 두달보다 나를 훨씬 더 성장시켰다.
여기서는 본부장님을 포함한 동료들이 나를 믿어주고 내가 하고 싶은것들을 지원해주기 때문이다. 그들이 나를 믿어주기 때문에 내 생각이 회사에 도움이 되지 않는 생각이라고 말해주는 동료들을 믿게된다.
내 말을 들으려 하는가 마는가, 나는 동료의 말을 들으려 하는가 마는가.
이것이 가장 중요하다.
아무리 뛰어난 사람과 일을 하더라도 내 말을 들으려 하지 않고, 나는 그사람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면 함께 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나 먼저 경청 해야 한다.
들을 수 밖에 없어서 듣는 그런게 아니라, 내가 말하고 싶은게 있어도 일단 상대방의 말을 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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